네, 알아야 해요.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알아야 한다. 가끔 친구들이랑 회사에서 있던 일을 얘기하다보면, '무슨 그런거까지 니가 신경써?'라는 말을 듣는다. 사실 기획자는 영어로 번역도 안되는 특이한 직무라고 생각이 드는데 anything else라고 변영하고 싶을 정도다. 무슨 엄살이야 싶지만, 정말 그렇다.. 그래서 점점 기획자보다 PO라는 이름이 더 인기있는 것 같기도..ㅎ
근래 있었던 일 중 하나가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였다.
요건 정의 시점엔 내가 없었고, 설계 리뷰하러 들어갔을 때였다.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관리해달라는 요구사항이 있었고 우선 설계에 반영했었다. 그리고 설계 리뷰를 하면서 툭 던졌다.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라는 용어가 인종차별 이슈가 있는거 알고 계신가요?
글로벌 서비스를 고려중이시니 다른 용어로 검토하시는게 어떨까요?
회의실에 20명 안되는 인원이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라서 면면히 살핀건 아니었지만 들리는 대화 속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의미는 블랙리스트는 차단을 위한 목록이고, 화이트리스트는 허용을 위한 목록이다. 이 용어의 사용 역사는 대항해시대즈음까지 올라가는 것 같은데, 검은색은 나쁜 것, 하얀색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은연 중에 전달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서 몰랐을 수 있다고 하기엔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게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대체 용어로는 blocked list / allowed list로 사용하고 있고 크롬 브라우저에서도 차단 목록/허용 목록으로 노출되고 있다.
비슷한 예로 master/slave가 있다. 이건 이 글을 쓰기 위해 조사하면서 알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한국에서 parent-child로 많이 사용하고 있거나, 최상위 사용자라는 의미로 master를 사용하는 경향이 더 커서 slave를 붙여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부분은 사실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보다는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python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점점 사장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획자라고 모든 걸 알 수 없다. 어불성설이지.
하지만, 이슈를 최소화하고 서비스를 잘 만들려다보니 많은 것들을 고려하는 게 기획자 아니 PO의 역할일 수 밖에 없다. 업계에 있었던 이슈들을 보면서 내 서비스도 한번 돌아보고, 같이 만드는 동료들이 지적해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언제나 그렇듯 더 중요한 것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모든 걸 다 알"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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