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에 대한 단상

어릴 때 찍은 사진들, 중학교보다 훨씬 이전의 사진 앨범을 다 잃어버렸다. 부모님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셔서 10년동안 두꺼운 앨범이 4권이나 될 정도로 정말 많은 사진이 있었다. 과천 대공원에서 벤치에 앉아 쉬는동안 아빠한테 짜증내던 내 얼굴이 찍힌 사진도 있고, 나는 전혀 기억을 못하지만 예쁜 공주님 원피스를 입고 찍은 돌 사진도 있고, 어릴 때 살던 아파트에 친하게 지내던 사랑이 언니 사진도 있는데, 잃어버렸다. 내가 30대가 되었지만, 엄마는 아직도 그걸 안타까워 하신다.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셔서 그 앨범을 잃어버리고는 아빠는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어야 했다. 최근에 어딘가에 끼워져있던 가족 사진 한 장을 찾기 전까지. 그 가족 사진 한쪽이 어디에 붙었다 떨어졌는지 벗겨져 있지만, 그래도 좋았다.

 

지금 폰으로 가장 많이 찍는 건 음식 사진이고, 재밌는 순간을 이젠 손쉽게 영상으로도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다. 4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는 이제, 4K까지 찍을 수 있는 고프로, 핸드폰, 아이패드, 미러리스 등 다양한 장비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내 외장하드 하나는 사진과 영상만 저장하고 있다. 여전히 이 외장하드를 잃어버리지 않고 어느 클라우드에 백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건 바로 싸이월드때문이다.

 

 

 

중학교 때, 싸이월드를 개설했던거 같다.

 

그때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라는게 나한테 생겨서 진짜 천만화소도 안되는 해상도로 사진찍고, 컴퓨터로 옮기고 그걸 싸이월드 갤러리에 올렸었는데.... 대학교 때까지도, 다이어리였나, 동기들끼리 이것저것 적고 사진 올리고.. 그땐 그랬지....

 

꽤 오랜시간 사용했던거 같다. 2012-13년까지는 활발하게 사용했던 것 같다. 페이스북도 나타나고, 인스타그램도 나타났었지만, 아직 폰에 싸이월드 앱이 남아있는 것처럼 앨범을 고이 보관하고 있었다. 가끔 싸이에 방문할 때면 오래된 사진들을 친구들에게 공유하면서 킥킥거렸었던. 혹자는 꼴도 보기 싫은 판도라의 상자였겠지만, 나에겐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앨범이었다.

 

싸이월드의 DAU가 급격히 떨어지고, 인수 관련 뉴스가 아무리 많이 떠도 그래도 있겠지, 싸이월드는. 이랬었는데. 어느날 싸이월드가 사라졌다.

 

2019년에 회사 어떤 디자이너가 싸이월드 사진을 죄다 다운로드 받고 있어서.. 흠.. 나도 조만간 저래야겠다. 했는데 그리고 얼마지 않아서 정말 싸이월드가 사라졌다. 너무 놀라서 APP도 실행시켜봤지만 먹통.

 

서버 비용이나 데이터 보관 비용들이 어마 무시했겠지. DAU는 바닥을 치더라도 기존 데이터들이 너무 방대했을 것이다. 나만 해도 거의 6~7년 되는 사진과 일기들이 있었으니까. '퍼가요~♡'라는 댓글 하나로 저 친구 싸이에 있던 사진이 내 싸이로 넘어왔었으니까.

 

정말 차라리 돈이라도 내고 내 사진을 백업하고 싶다. 나의 중고등..그리고 20대 초반의 시절이 담긴 사진과 글이라서 다시 보고 싶다.

 

아이디는 이미 알고 있지만, 아이디 찾기해서 안나오는 건 내가 2015년 이후에 안들어갔다는건가...? 앱은 들어갔는데..ㅠㅠ 아쉽네..

 

싸이 서비스 기획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복구가 우선이다. vs 오픈 때 싸이만의 서비스도 공개해야 한다.

 

5월 25일에 공개한다고 했다가 벌써 많은 시간을 미뤘던건 후자에 대한 고민때문이겠지. 과연 어떤 kick을 보여줄지도 궁금하다. 미니미가 메타버스라는 시대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부디 추억과 새로움을 모두 갖춰서 내 곁에 오래 남는 서비스가 되길 바라며...

 

feat. 어서 로그인 시켜줘.